나는 학력세탁 사냥꾼 - 하편

나는 학력세탁 사냥꾼 - 하편

시베리아 0 379

나는 학력세탁 사냥꾼“... 크.... 하하하하하 아 하하하하.”




이 년이 쳐 맞더니 정신 줄을 놓은 모양이다 창녀 얘기 듣고 갑자기 미친년처럼 웃기 시작했다.




“왜 지금 상황이 재밌나보지? 보통 꽁꽁 묶여있으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일 수 없으니 공포심에 벌벌 떨고, 특히 이런 어둠 속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만 들린다면 오줌을 질질 싸기도 하지. 남자친구랑 이런 플레이 자주 했나봐?”




말 해 놓고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과감하면서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우월적인 지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슬며시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채팅에서 몇 마디 나누어보고 한 공간에서 한 시간 남짓 함께 있었을 뿐 생판 남이라면 남인데... 창녀니 SM 플레이를 암시하는 표현도 거리낌 없이 쓰니 내가 잠시 미쳤나보다...




냉정해 졌었던 건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이었을 뿐 단어 선택은 그야말로 정제되지 못하고 흥분, 그 자체의 단어들만 나열된 똥 덩어리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은 잠시 갈 곳을 잃었다가 이내 서릿발같이 차갑게 변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 같은 풋내기한테 기습당해서 이렇게 묶여있는 것도 우습고, 풋내기라고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방심한 내 자신이 한심해서 웃었다. 왜?”




“나도 다행입니다. 당신 같이 무서운 여자에게 내 동정을 빼앗기지 않아서. 방금 했었던 창녀 이야기나 남자친구 이야기는 사과합니다. 그리고 목 걷어찼던 것은 정강이 차인거랑 퉁 치죠.”




“일단 풀어. 내 집에서 감히 내 집에서 영어 쫌 할 줄 안다는 명문대 놈이 나에게 이럴 수 있는 거야?”




그녀의 말에서는 왠지 모를 영어와 학벌에 대한 자격지심이 느껴졌다. 학벌만이 아니라 영어는 대체 왜...




머릿 속이 복잡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리고 이 장소에서는 도저히 이성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묶인 랜선을 풀었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젖혀지며 쓰러졌다. 쓰러진 상태에서 씩씩거리며 서 있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이렇게 매운 싸대기는 처음 맞아본다. 귀에서는 찡~ 하는 소리가 가늘고 길게 이어졌다.




사실 묶인 줄을 풀면서 한 대 맞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야무지게 맞을지는 몰랐다.




“오늘은 그리고 이 장소에서는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기 힘들 것 같네요. 우리 다른 날 또 만나서 이야기해요. 오늘 일 사과할 겸 제가 밥 한 끼 살게요.”




“내가 너를 왜 만나? 찌질한 새끼야? 너 나 묶어서 어쩌려고 했어? 내 몸이 그렇게 탐났니? 묶어놓고 촛농을 떨어뜨리고, 딜도로 입에 밀어넣고 내 보지에 밀어넣고 내 항문에 밀어넣고 신나게 놀아보지 그랬어?”




이러면서 불을 켬과 동시에 무언가를 나에게 던졌고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갑작스럽게 밝아져서 눈을 찌푸리고 있어서 무엇이 날아왔는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 이건...”




딜도였다. 보라색의 딜도, 콘돔이 씌워져 있는 딜도.




야동에서만 보던 딜도가 흉하게 내 앞에 떨어져 있던 것이다.




멍해졌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이 딜도 들고 갈테니까, 이거 찾고 싶으면 나중에 연락하면 나오기나 해요.”




몸을 벌떡 일으켜 신발을 왼쪽 겨드랑이 끼우고 왼손에는 딜도를 꽉 붙잡고 뛰쳐나왔다. 달려나가는 내 뒤로 그녀가 뭐라 뭐라 소리치는데 내용 따위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원룸에서 나오자마자 한 쌍의 남녀가 막 원룸으로 들어오려 했다.




순간 나와 그 둘의 사이에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자가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꺄아아악 자기야 저거 봐~!!!!”




“야이 미친새끼야!!! 이 동네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아예 딜도를 들고 다니네.”




“아니,,, 그... 그게....”


설명하려고 급하게 말을 더듬으며 하려는 순간 남자가 나에게 주먹을 뻗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오른발을 약간 빼서 주먹이 내 왼쪽 귀에 스쳐지나가게 했다. 그리고 또 반사적으로 오른손이 그의 목으로 향했다.




‘퍽-’




정통으로 남자의 턱에 주먹이 꽂혔다.




그리고 다시 달렸다.




기절한 남자친구를 가까스로 받아낸 여자의 비명과 악다구니가 온 동네를 흔들었고




뒤쫓아 나온 기아루텔, 박민정의 고함소리도 그 여자의 그것에 절대 지지 않았다.




여자들의 울음과 악에 받친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그제서야 엉망이 된 발을 추스르고 웬수같은 딜도도 가방 안으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가만히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오늘 죄를 많이 지었다. 불법 가택침입 시도(물론 나중에는 기아루텔이 들어오라고 했지만), 남의 집에서 집주인 결박, 절도(?), 풍기문란, 폭행...




최악의 하루다...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하루다.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서둘러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고 금세 곯아떨어졌다. 꿈 속에서는 아무도 나를 닦달해대지 않겠지...... 힘든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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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때문에 상경하기 전 20년 간 살았던 부산에서 중학교 다닐 때 복싱 선수생활을 했다.




일 년에 세 번, 사직동 양정모 체육관에서는 아마추어 복싱 대회가 있었고 관장님께서는 매번 나를 60kg, 64kg, 69kg 이하 급 선수로 시합에 내보내셨다. 성장하면서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었기 때문이다.




관장님 친구분이 운영하시던 용호동과 수영, 부산대 앞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했고 시합 한 달 전부터 땀복을 입고 백양산을 거쳐 금정산성 남문, 동문, 북문을 지나 고당봉까지 이르는 산길을 항상 2시간 30분 만에 달려 나가며 훈련했다.




특히 전국 소년체전 부산 대표 선발전이 있었던 5월 시합 때는 훈련의 강도가 더욱 혹독했다.




중1 때는 부산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후 소년체전에 나가서 1회전 탈락했다. 부산 대표로 나가서는 그렇게 떨리고 그러진 않았는데, 전국대회는 각 시도에서 제대로 된 놈들만 나온다는 생각에 부담도 많이 되었고 몸도 굳었다.




1라운드 때 신나게 얻어터지고 코너로 돌아왔다. 관장님께서는 굳은 얼굴로 말씀하셨다.




“너 쟤가 무서워, 내가 무서워?”


“관장님이 더 무섭죠.”


“그럼 이 시합 지고 나한테 쳐 맞을래? 아니면 쟤 때려눕히고 안 맞을래?”


“때려눕히고 안 맞겠습니다.”


“누굴? 나를? 주어가 없다?”




이러시면 내 뒤통수를 세게 때리셨다. 긴장이 좀 풀린 듯 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또 몸이 굳기 시작했고 그대로 경기는 주도권을 내준 채 끝나게 되었다.




부산 대표로 선발된 후 관장님이 부산시 복싱연맹에서 금메달 딸 인재라고 자랑하고 다녔는데 면목이 안 섰다. 일주일 후에 있었던 전국 소년 복싱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따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소년체전 메달리스트는 빠진 대회였기에 금메달도 그냥 똥색으로 보였다.




그 후로 중 2때는 64kg급으로 나가 전국 소년체전 동메달, 중 3 때는 69kg급 금메달을 땄다. 특히 중 3 때는 부산에서 나 빼고는 노메달이었기 때문에 특히나 지역 언론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메더웨이나 파퀴아오처럼 유명한 복싱선수가 되어 1년에 천억 원을 버는 스타 복싱선수가 머지않았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공부해야 한다며 부모님께서 선수 활동을 반대하셨고, 단지 생활체육으로서의 복싱만 허락하셨다. 시합은커녕 관장님 뒤꿈치만 쳐다보고 달려야했던 산악 달리기도 그만둬야했다. 결국 운동으로 전국 1등 하던 의지로 공부에 뒤늦게 매진하여 그나마 연세대까지 올 수 있었다.




그 날 저녁 나한테 맞았던 그 남자. 목을 노려 쳤는데 턱을 맞았다. 초보 복싱 선수나 일반인들은 보통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 몸이 굳어 살짝 주저앉게 된다. 그래서 목을 노려서 치면 주저앉은 상대의 턱에 정확히 주먹이 꽂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였다. 모든 것이 반사적으로 이루어졌다. 6년 간 복싱을 해온 나였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섰다.




그 남자는 단지 운이 없었다고 굳이 변명하고 싶다. 여자친구 앞에서 가오(?)잡아보고 싶었을 텐데 무척이나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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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민정 씨 안녕하세요? 이차도라고 합니다.”


“누구시죠?”


“어제 집에서...”


“아 너 그 고릴라 새끼...”




고릴라처럼 생긴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고릴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 네 맞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밥이나 한 끼 하시고 물건도 좀 돌려드리려고...”


“연세대 학식 쏴라.”


“네?”


“연세대 영문과에서 제일 가까운 학식에서 밥 쏘라고.”


“네 그럼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전 금요일에 수업 없어서 하루종일 괜찮은데.”


“그럼 금요일 저녁 7시 신촌 지하철역 앞에서 봐.”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래.”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근데 이상하다. 나는 계속 존댓말인데 쟤는 왜 계속 반말이지?




학식에서 밥 먹으면서 나이나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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