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하늘(창녀촌의 하늘) - 6부

빛 하늘(창녀촌의 하늘) - 6부

시베리아 0 359

6부 수 렁




그렇게 며칠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던 난 도저히 이렇게 있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밥을 챙겨 먹었다.


운동도 기존보다 더욱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체력을 길렀다.


이 곳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은 운동 시간뿐이었다.


방에서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시간...


담장의 높이는 3미터 정도다 그 위로를 철조망이 쳐져 있고 우측 30미터 떨어진 곳에는 초서가 세워져 있다.


일단 방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들은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한다.




“내일 담을 넘을 기다. 느그들은 그저 내가 담을 넘을 때 등만 대주면 된다. 그리고 운동할 땐 이불을 터니 그 이불 중 한 개를 철조망 위로 던져 주면 그걸로 끝이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날 여느 때와 마찬 가지로 모포를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 시간은 고작 30분. 그 시간 중 담장위에 세워진 초소의 눈길만 피하면 된다.


일단 담만 넘으면 어느 정도는 안심이다.


드디어 방원들이 벽에 나란히 붙어 등을 대준다.


난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위 상황을 살핀다.


또 다시 한 놈이 철망위로 모포를 집어 던진다.


바로 이때다.


전력으로 달려가 담에 등을 대고 있는 놈의 어깨를 힘껏 뛰어올라 밟고 모포로 덥혀 있는 철망에 매달린다.


아직 초소의 간수가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철망위로 몸을 넘겨 아래를 보자 안에서 본거완 다르게 밖은 더욱 높다.


어쩔 수 없다 그대로 뛰어 내릴 수밖에...


몸을 완전히 철망을 건너 뛰어 내릴쯤 길게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지체 할 수가 없다.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땅에 발이 닿는 동시 몸을 굴려 충격을 최대한 흡수 했다.


그리곤 무조건 달렸다.


뒤에서 간수들이 쫒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차가 다니는 길로 들어서면 1차적으로 성공이라 볼 수 있다.


저 멀리 차도가 보인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 눈을 간지럽힌다.


차도로 달려들어 작은 승용차 앞을 가로 막는다.


차는 급정거를 하며 옆의 난간을 들이 박고 멈춰 선다.


문을 열고 운전사를 끌어 내리곤 차를 빼앗아 그대로 달린다.


성공이다.


마산으로 가려면 통영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일단 그 곳에서 차를 버리고 검문소를 넘어서 다시 차를 빼앗던지 얻어 타던지 해서 마산으로 가야한다.


멀리 검문소가 보이자 차에서 내려 산속으로 들어간다.


주위는 온통 산과 개발을 시작한 넓은 벌판뿐이다.


민가가 몇 있긴 하지만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일단 산으로 오르기 전 민가로 가서 옷을 훔쳐 갈아입었다.


그리곤 산으로 올라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오로지 미연을 만나야 한다는 것 뿐.


날이 어두워지자 산을 타고 건문소가 지난 곳으로 내려 왔다.


차도 쪽으로 가려고 보니 여기까지 타고 온 훔친 차를 발견 했는지 주위에 경찰들이 깔려있다.


일단 차가 다니는 길로 가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다시 산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계속 앞으로 달렸다. 날이 밝아 올 때 까지 달려 제법 멀리 까지 온 듯 했다.


다시 차가 다니는 길로 내려왔다.


새벽이라 그리 많은 차가 다니지는 않았다.


지나가는 차를 발견하고 차도로 뛰어 들어 차를 세웠다.


잘못하면 차에 치일 수도 있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이 차는 내 앞에서 멈춰서고 놀란 운전수가 차문을 열고 나와선 욕을 해댄다.


그저 말없이 다가가 그의 면상을 갈기곤 차를 뺏어 타고 마산으로 향했다.


진동을 지나 마산에 도착을 했다.


일단 재민이 한테 전화를 걸었다.




“니가 우찌된 건데? 어제 경찰이 왔었다.”




“긴말 할 거 없다 미연이 있는 병원이 오데고?”




“와? 그리 갈라고?”




“어. 미연이 때문에 나왔다.”




“인마 니 미친거 아이가?”




“니 내가 진짜 미치는거 함 볼래?”




“아..알았다... 일단 진정하고... 병원엔 가지마라. 그곳에 벌써 짭새가 쫙 깔렸다. 일단 어디 좀 숨어 있어라. 그람 내가 미연이 누나 델고 그리 갈게.”




“알았다.”




전화를 끊으려 하자 재민이놈이 다급하게 말을 한다.




“니 오디고? 돈은 있나? 내가 지금 그리 갈게 있는 곳을 말해라.”




“지금 돝섬 선착장 근처다. 그리 온나.”




한 시간 정도 흐르자 재민이 놈이 도착을 했다.




“밥은 먹었나?”




“........”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조그만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근처 허름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일단 이곳에 있어라. 내가 상황 봐서 미연이 누나를 델고 나올게.”




“그래... 알았다.”




그렇게 여관방에서 숨죽이고 숨어 있었다.


밤이 되자 여관으로 전화가 왔다.




“성현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미연 누나가 위급하다. 니 얘기 듣고 더 악화 된 것 같다. 지금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거기 무슨 병원이고. 내가 그리 갈게.”




“여는 못 온다 온통 짭새들 천지다.”




“상관없다. 어딘지만 말해라.”




“인마 니 우짤라 그라는데...”




“재민아 그냥 몰래 미연이 얼굴만 보고 나올게... 제발 알리도..”




절박했다.


어쩌면 다시는 미연을 볼 수 없을 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는 듯 재민이가 병원을 말해 주었다.


“휴.. 알았다. 여기 OO 병원이다. 오덴지는 알제?”




“안다... 고맙다.”




난 여관을 나와 모자를 하나 사서는 눌러쓰고 택시를 잡아탔다.




“OO 병원으로 갑시다.”




택시가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멀리 짭새로 보이는 몇몇이 서성인다.


하지만 망설일 틈이 없다.


고개를 숙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한 낮에 설마 내가 나타나리라곤 생각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기에 행한 행동이다.


응급실로 향했다.


그때 짭새 하나가 나를 힐긋 쳐다본다.


그리곤 나를 부르며 다가온다.




“어이~ 잠깐만...”




못들은 척 걸음을 빨리 한다.




“어이~ 이봐...”




나를 부르며 짭새가 뛰어 온다.


다급했다.


아직 미연이 얼굴도 못 봤는데...


우선 뒤의 짭새를 따돌리는 게 문제였다.


내가 달리기 시작 하자 뒤에서 크게 고함을 쳤다. 그러자 앞쪽에서 짭새 몇이 막아선다.


달아날 곳이 없다.


그때 병신 문이 열리고 간호사 한명이 나온다.


나는 얼른 간호사를 잡고 외친다.




“모두 비키라. 안그람 이 여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꺄~악.”




“이봐. 남성현 진정하라고.”




“그런거 필요 없고. 아가씨, 여기 김미연 환자 어디에 있지?”


간호사가 겁에 질려 덜덜 떨며 미연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준다.


짭새들은 여전히 상황만 볼뿐 달려들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가 들고 있는 통에서 가위 하나를 쥐어 그녀의 목에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병동에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걱정하지 마소. 저 양반들이 안 달려들면 위험한일 없을 테니까.”




간호사를 인질로 미연이 있는 병동으로 갔다.


그 뒤를 짭새들이 따라온다.


미연이 있는 응급실로 들어가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미연을 살피고 있다.


나를 보곤 놀라 뒤로 물러난다.




“미연아~ 내가 왔다.”




여전히 간호사를 잡고 미연이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다가선다.


미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미연아 눈 좀 떠라. 내가 왔다.”




“그 환자 지금 수면 상태입니다. 깨어나려면 조금 있어야 되요.”




의사 하나가 말을 해준다.




“얼마나 있어야 합니까?”




“2시간짜리 약이니까 30분 정도면 깨어 날겁니다.”




그렇게 그 상태로 미연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3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기는 처음 이었다.




“모두 나가 주이소. 어이 짭새 양반들도 좀 나가주지.”




그러자 그들이 망설였다.


내가 간호사의 목에 가위를 들이 대고 위협을 하고서야 방에서 나갔다.


어차피 내가 도망 칠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모두 내보내고 간호사만 남겨놓고는 문을 잠갔다.


그리고 간호사를 놔주곤 말을 했다.




“미안합니다. 그냥 조금만 그대로 있어 주소. 미연 이와 얘기만 하고 내발로 짭새한테 갈 테니.”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침대맞에 앉아 미연을 바라보았다.


많이 여윈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아직 그녀는 깨어나지 않고 있다.




“우린 인연이 없는갑다. 우째 우린 항상 이 모양이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눈물이 시야를 가린다.




“삼년만 참으면 진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그걸 몬 기다리나? 바보같이...


이래가문 지연인 우짜노. 또 나는 우째사노... 염병...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 같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집을 구하문 모하노 같이 살도 몬 하는데.... 사랑하문 모하노... 같은 세상에 살도 몬하는데... 허~엉...”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서러웠다. 세상이 한없이 미웠다. 없는 놈은 살아 보려고 발버둥 쳐도 항상 이 모양이다...


눈물이 흘러 미연의 볼에 떨어진다.


그녀의 손이 내 볼을 만져온다.


놀란 나는 눈물을 얼른 눈물을 훔치곤 웃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무슨 잠을 그리 오래자노. 잠 많이 자면 눈 붓는데.”




“나 눈 많이 부었어?”




“그래... 많이 부어서 붕어 같다.”




그녀가 힘없이 미소를 짓는다.




“걱정마라 낳을 끼다. 니처럼 착한사람은 절대 그런 병 때문에 안 죽는다.”




“어떻게 왔어?”




“뭘 어떻게 와? 니보러 왔지.”




그녀 역시 내가 탈옥한걸 알고 있다. 그녀가 알고 있다는 걸 나 역시 알고 있고. 그래도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치~ 면회도 오지 말라면서 뭐 하러 보러와...”




“누가 석 달 동안이나 오지 말라드나. 하도 안 오니 내가 보러 오지.”




“바보...”




미연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내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녀의 손이 다시 내 눈물을 닦아 준다.




“나 보니까 그렇게 좋아? 눈물이 날 정도로?”




“그럼... 흑~ 좋지... 좋아서 눈물이 다난다 아이가.”




“나도 그래... 흑·~ 흑... 나 얼마 못산대...”




“안다. 얼마 못산다는 거 백년 밖에 못산다더라. 불쌍하게.”




“미안해... 흑~”




“또 그 소리한다.”




그녀의 호흡이 가빠온다.


말하는 것조차 힘에 겨워 한마디 하곤 몇 번의 숨을 고른다.




“힘들문 말하지 마라.”




“아냐... 안... 힘..들어...”




그리곤 또다시 헐떡거린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사가 다가와 나를 밀어낸다.




“비켜보세요. 이대로 위험해요. 의사선생님을 불러야되요.”




놀란 내가 어찌 할 바를 몰라 하자 간호사가 다시 말을 한다.




“어서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문을 열어 의사를 부른다.


함께 짭새도 들어온다.


재빨리 짬새들이 내 팔을 잡아채고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미연의 얼굴과 의사 얼굴만 번갈아 쳐다본다.


의사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


미연이 그런 의사를 보고 다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어깨를 흔들자 짭새들이 잡고 있던 팔을 풀어 준다.




“성..현아...하아..하아..”




“그래 말해라...”




“자... 수...해...”




“응... 그럴께. 걱정마라...”




“잘 살고... 나... 없다고... 울거나.. 그러지...말...고... 하아 하아...”




그녀가 자꾸만 숨을 몰아쉰다.




“알았다... 안그랄께... 그니까 그만 말해라...”




“우리... 지..연이..도... ”




“그래 안다.. 지연이 내가 잘 돌볼게. 고마 걱정해라..”




“고..마워.. 그리고... 하아..하아... 그리고...”




“미연아 고만 말해라. 내가 다 알아서 할께. 제발..응....”




눈물이 쏟아져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젠장... ’




“너..한테... 짐만...지우고... 간..다...”




“제발... 말좀 ... 고만..해라...흑흑..”




드디어 울음이 터지고 만다.


그녀가 힘겨운 움직임으로 내 볼을 더듬어온다.




“내 잘살게... 지연이도 잘 돌보고... 자수해서 착하게 수감생활도 하고... 그리고 나와서 지연이도 공부시키고... 시집도 보네고... 내가 다 할께... ”




그녀의 얼굴이 힘겨운 미소를 띤다.


그리곤 이내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한다.


그녀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찢어 진다.




“내 걱정은 말아... 지연이도... 그러니 편히 가라... 고만 힘들어하고... 그곳에 가문 니 친오빠도 있으니까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어라...응?”




무엇이 그리 걱정스러워 눈도 빨리 못 감고 힘들어하는지...


겨우 힘들게 한마디 한다.




“성현아... 하아하아... 사..랑..해...”




그렇게 1시간 동안 힘겨워 하더니 이내 생명 그래프가 평형을 이룬다.




‘피~~~~~~~~~~~~~~~~~~~~~~’




“임마 나도 니 좆나 사랑한다. 잘가라. 씨팍....”




그렇게 그녀를 보냈다.


내 걱정과 지연의 걱정에 힘겨워 하면서도 쉬이 세상을 버리지 못하던 미연이 그렇게 떠났다.


나는 그 뒤 다시 구치소로 수감되었다.


탈옥에 대한 건 정상 참작하여 형을 받지 않고 3년을 체우고 출감을 했다.


재민 이와 지연이 마중나와있다.




“형부....”




“성현아...”




지연이 달려와 품에 안기곤 흐느껴 운다.


날씨가 어느덧 따사로운 햇살을 내려 준다.


아마 내 출감을 하늘에 있는 미연이 햇살로 축복을 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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