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가려진채 남자들에게 당했던.. - 단편

눈이 가려진채 남자들에게 당했던.. - 단편

시베리아 0 398

눈이 가려진채 남자들에게 당했던 윤간. 





눈꺼플이 무겁다. 


한 겨울 울릉도에 밤사이 쌓인 눈에 가로 막힌 문을 밀고 나서는 것 만큼이나... 


그럼에도 내 의식은 그 힘겨운 눈꺼플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눈을 통해 희미한 빛이 느껴짐과 동시에 온 몸 마디마디가 쑤시고 저리는게 느껴진다. 


길지 않은 몇 초간의 이런 느낌들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내가 누워 있는 곳이 어딘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얀 바탕에 옅은 핑크 빛 무늬가 군데 군데 들여 있는 천장과 벽... 


눈으로는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지만, 코 끝에 느껴지는 단졸 냄새는 이곳이 어디인지를 깨닫게 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병원... 


내가 입고 있는 환자복, 머리 위로 올려다 보여지는 링거가 생각을 현실로 옮겨준다. 


그리고 보니 링거를 올려다보는 왼쪽 눈이 불편하다. 


그제서야 지난 밤의 일들이 생각났다. 







하는 일이 특성상 어느 한 곳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속에서 세상 곳곳을 떠도는 생활이 성인 이후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년 전 클라이언트로 만났던 한 여성이 최근 전속 계약서를 들이대 줌으로서 나의 오너가 되었다. 


일본계 프랑스인인 그녀는 피부색이 비슷해서인지 몰라도 나를 비롯한 나의 어시스턴트를 친동생처럼 대해주었고, 무엇보다 나는 작업과정에서 여성끼리 느끼게 되는 미묘한 감정차이를 적어도 그녀에게서는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향때문인지 몰라도 얼굴에 기름기 꾀나 흐르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나를 이브닝 드레스를 입혀 대동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자신의 백업요원(?)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녀가 지각을 할 뿐이지 불참하는 경우는 없었다. 


문제의 그 날도 난 몇 번 해보진 않았지만, 그녀가 가르친 대로 미장원(제 아무리 좋은 헤어 ?瀕?내겐 그저 미장원일 뿐이다.)을 다녀온 후, 드레스, 핸드백, 잡다한 악세사리들을 챙겼다. 


까뮤의 유심론을 상기시킬 만큼 알맞게 해가 기울었을 무렵, 난 집을 나섰고 자동차로 1시간 쯤 후에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이름대면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는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날의 파티가 다른 날과 갖는 차이는 비교적 또래 젊은이들이 많았다는 점과 유색인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순혈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하얗더라도 동양인 특유의 누런 피부는 시선을 끌기 마련이었고, 생각같아서는 바로 도망치고 싶었으나 오너를 위해 그녀가 올때까지만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쪽 한 구석에서 실패한 반죽에 치즈마저 잘못 얹어 굽다가 내팽게쳐진 피자같이 생긴 녀석들이 나를 쳐다보고 히죽거리고 있었다. 


사실 재수없음이 나를 엄습한 그때 자리를 떳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비교적 한산한 2층이었고 방금 전 온몸으로 받은 눈화살로 인한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샴페인을 연거푸 들이켰다.(그야말로 들이켰다.) 


3잔 정도를 비울무렵 보통은 한 목음 정도 담겨 있어야 할 샴페인이 그 저택에서는 가득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돈이 많은 집구석인가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서서히 포만감과 나른함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2층에서 아랫 것들(?)을 내려다 보며 한편으로는 이제나 저제나 오너를 기다리며 사람구경을 하고 있을 무렵,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마이클 허친스를 닮은 모델로 추정되는 남자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는게 보였다. 


평소 같으면 마음이 동하였겠지만 난 이미 마음을 비우고(?) 왔기에 별로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 남자는 내게 아직 익숙치 않은 불어로 자기소개(역시 모델이었음.)를 시작으로 별 시덥잖은 소리를 끊임없이 주절거렸다. 


아마도 내가 흘려들은 대부분은 작업용 뻐꾸기였으리라.. 


어찌 되었든 잘 생긴것과는 별개로 아무런 매력을 느낄 수가 없는 남자였기에 난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어줄 수 밖에 없었고 그는 내게 새로운 잔을 건내주었다. 


그 잔을 받아들고 대략 30분이 못 되어서 정신을 잃었던걸로 기억된다. 


쓰러지는 찰나, 머리 속을 스친건 "이미 당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샴페인 넉잔에 기절할 일은 알레르기 환자가 아니고서는 없을테니까...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잠으로부터의 느끼는 건 그리 상쾌한 것이 못 되었다. 


피부에 느껴지는 서늘함과 가슴과 배로 느껴지는 무게감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무언가가 내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걸 알았고 그게 무얼 뜻하는지 깨닫는데에는 몇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으응..응.. 


눈은 무언가로 가려져 아무리 깜빡여봐도 보이지 않았고, 두 손 또한 머리 위로 누군가에게 잡여 있어 일찌감치 반항은 포기한 상태였지만 약간의 공포감은 어쩔 수 없었다.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이년 깼나보다.."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 얼마의 시간을 정신을 잃고 다리를 벌리고 있었는지 몰라도 골반의 뻐근함으로 인해 다리를 움직이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주먹이 허벅지를 가격했다. 


아..악.. 순간 또 다른 손이 입을 막았고 내 입에서 "읍..읍.." 거리는 소리만이 날 뿐이었다. 


의식이 거의 모두 돌아올 무렵, 조금씩 다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남자의 페니스의 움직임이 질을 통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오는 환희라기 보다는 그냥 무의미한 피스톤질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배위에서 피스톤질을 하던 남자가 절정에 이를 때가 되었는지 단조롭지만 빠른 움직임과 함께 내 허리를 잡고 흔들더니 마지막에는 내 허리를 꼭 붙잡고 자신의 하체에 밀착시켰다. 


마치 페니스를 내 몸에 조금이라도 더 깊이 담그려는 듯이.. 


"흐..흑.." "으응.." 많이도 싼다. 


그렇게 얼마간 내 몸에 붙어있던 그가 페니스를 꺼내자 흥건해진 나의 다리 사이로 새로운 남자의 페니스가 느껴졌다. 


앞 선 남자의 가득한 정액으로 인해 별다른 제지 없이 내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그는 곧바로 미친듯이 엉덩이를 뒤흔들며 내 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첫번째 남자를 지켜보며 과도하게 흥분한 듯 하다. 


"으음.." "이년 아주 꽉 물고 놓지를 않는데.. 오늘 제대로 건졌어.." 


먼저 내몸에 싸 놓은 남자로 인해 어느 정도 열이 오른 내 몸은 새로운 남자가 삽입한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서서히 절정을 향해 치닿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음.. 아아.. 최대한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내 몸이 나를 배반한지는 이미 오래다. 


"이년 느끼나본데..""그래..? 아주 보내버려.."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는 대강의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내 몸위에 있던 남자는 더 빨리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미친듯한 움직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마치 내 몸을 부서트리기라도 할 기세다. 


아마 보통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남자의 몸을 꼭 끌어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조차 여의치 못하다. 


그 역시 아까 남자처럼 내 허리를 부여잡고 흔들고 있었기에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으나 고통보다는 그의 페니스로부터 스멀스멀 온몸으로 기어올라 오는 절정이 더 컷다. "아~ 아음~~" 


대부분의 남자가 그러하듯이 내 위에 올라타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는 남자가 곧 내 안에 정액을 뿌려넣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는 벌써 내 몸을 부여 잡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으윽.." 


두번째 남자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순간 내 손이 잠깐이나마 자유로웠던 걸로 보아 내 손을 잡고 있던 남자가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듯했다. 


세번째 남자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바로 삽입하지 않고 질 입구에 귀두 부분을 대고 위아래로 문질러댔다. 


그리고 이내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의 물건을 내 몸 깊숙히 밀어 넣는다. 


그는 자신의 상징을 내 몸속에 밀어 넣은 후 곧바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몸을 완전히 내 몸위에 실었다. 


그리고는 내 등밑으로 손을 넣어 나의 어께를 움켜 잡을 뒤 자신의 하체를 더욱 밀착시킨다.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찰싹 붙어있듯이 말이다. 물론 그의 덩치가 나보다 훨씬 더 컷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튼 그는 그 자세에서 나의 어깨를 꼭 부여잡아 내 몸을 고정시킨체 이전 남자들과 똑같이 미친듯한 피스톤질로 또 다시 내 몸을 나로부터 유리시키려 하고 있었다. 


"퍽.퍽.퍽.퍽.." "아~~으~응~~" 


삽입 후, 한 번의 멈춤도 없던 그의 움직임을 여느 남자와 마찬가진로 내 몸속 깊숙히 정액을 모조리 쏟아내고서야 멈추었다. 







세번째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 나의 손과 발을 무언가로 묶어놓은 그들이 잠시동안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머리 속은 어딜가나 거츄달린 것들은 다 똑같구나부터 시작해서 이 나라 민생치안도 별 볼일 없군.. 등의 다양함으로 총 망라되고 있었다. 


이윽고 한 남자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이제는 보내주려나.. 하는 기대를 가져봤지만, 


그는 이번엔 나를 엎드려 놓은 채 앞서 했던 짓을 또 다시 다시 반복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세명인 줄 알았던 남자가 네 명이었다는 사실... 


아마 내가 마이클 허친스 닮은 남자로부터 받아 마신 샴페인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한 명이 내 몸속을 ?고 지나간 모양이다. 


그리고 방금 전, 남자들의 대화는 내 몸에 올라타기 위한 새로운 순번을 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다시 시작된 단조롭지만 지속적인 남자들의 피스톤질로 인해 나는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구름 속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맛 봐야 했으며 "어차피 이번이 끝나면 집에 가겠지.." 라고 생각하며 애써 맘 한 구석에 작게나마 남아 있는 공포감을 지우려 했다. 


드디어 마지막 녀석이 내 엉덩이 사이로 페니스를 밀어넣은채 두 손으로 내 가슴을 탐닉하고 있을 때, 나의 얼굴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말 그대로 눈 앞이 번쩍하는 정도 느낌의... 


몇 번째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리에 있던 남자 가운데 하나가 내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듯 했다. 


순간 공포감으로 온 몸의 솜털이 쭈뼛하고 일어선다.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담담할 수 있지만, 강간당하다 알몸으로 온 몸에 흉터를 남긴채 먼 이국 땅의 신문 가판대를 장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공포스러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이다. 


얼굴을 가격한 남자가 머라고 하긴 했던거 같은데 그걸 이해할 만큼의 이성이 이미 내겐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기 손을 거쳐간 여자에겐 모두 흔적을 남기는데 그나마 얼굴이 반반해 그 정도로 봐준다..는 그 따위 소리였던거 같다. 


스팽킹 어쩌구 했던 단어를 들었던 기억도 나는데, 그게 스팽킹이었다면 그 남자는 분명 중증 정신질환자일 것이다. 


인체에 가장 살집이 없는 부분 가운데 한 곳인 안면부를 가격하는 스팽킹이라니.. 


물론 뒤에서 나를 올라탄 남자의 페니스는 여전히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자 내 몸속을 드나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 번 커진 공포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를 않았다. 


마지막 남자가 내 몸 위에 정액을 흩날려 놓은 후, 그들이 어떻게 가버렸는지조차 생각이 나질 않았으니까... 


어느 순간 내가 혼자 있다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뿐... 


조용함이란 말로도 모자란 적막함 때문이었는지, 아이러닉하게도 그 순간에 어울리지도 않는 Avemano 와 Devore Amante 가 오마쥬 되어 귓가를 맴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집에는 어떻게 가나, 그냥 재수가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는데, 


아주 오래 전, 이와 꼭 닮은 상황에서 나를 건져낸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잠들어 있던 감정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를 건져냄으로 인해 받은 오해와 힐난 속에서도 나를 위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그의 얼굴이 말이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이성이 아니었던 그의 얼굴... 


그가 있었다면 또 한 번 나를 건져내 주었을까... 


그제서야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엉엉 목놓아 우는게 아닌 아무런 소리 없이 그냥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이 말이다. 


눈물이란 건 이미 오래 전 몸에서 다 짜냈다고 생각했기에, 


다시는 눈물 흘릴 일 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향수(鄕愁)인지, 내 몰골에 대한 서글픔인지도 모른채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것까지가 어제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이다. 







그리고... 


눈을 뜨니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채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올려다 보는 내 모습이 있었다. 

 


창녀처럼 흔들어봐라며. 그의 말에 또 물을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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