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늪 5부

나비의 늪 5부

시베리아 0 709

어두운 꿈1 

 

미야누나와 나의 비밀은 그렇게 다시 불이 붙고 말았다. 

 

그 뿐만 아니라 나는 주야하고 또 다른 비밀을 같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는 주야는 건들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주야는 고등학교 3학년이어서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공부를 해야 하는데, 

 

내가 공부를 도와주지 못할 망정 훼방을 하지않 

 

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봄이 주는 나른한 계절의 감각은 미야누나를 더욱 관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일주일을 계속해서 밤마다 한 침대 속에서 뒹굴었다. 

 

미야누나와 나는 섹스를 하면서 자극적인 말들을 하면서 서로가 더 흥분 하도록 만들 

 

었다. 

 

이제는 미야누나 입에서도 보지니 자지니 하는 단어와 섹스라는 말 대신 씹이라는 단 

 

어를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며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것을 내가 강하게 요구했다. 

 

누나, 영어로 섹스라는 단어와 우리말의 씹이라는 단어는 같은 뜻을 표현하는 말이야 

 

, 그런데 왜 섹스라는 단어는 쉽게 쓰면서 씹이 

 

라는 말은 못해? 

 

얘는...그래도 섹스라는 말은 평소에도 쓸 수 있지만, 그...그... 

 

누나, 씹이야...말 해봐. 

 

그래...그...그...씹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저속한 말이잖니?...더구나 나 

 

같은 여자 입장에서는..... 

 

그래, 누나 그 씹이라는 단어는 자극적이야. 누나는 그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야? 

 

정말 얘가 왜 그래? 

 

말 해봐, 누나.... 

 

.......... 

 

어서.... 

 

나의 재촉에 미야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더듬 거리며 말을 했다. 

 

음~~~그게 말야...뭐라 할까?...그...그 말을 들으면..... 

 

들으면... 

 

...아랫도리가 찌릿해지고.....뭐..아뭍든 그런것 같에.... 

 

흐흐흐...아랫도리라니...누나 보지 말이지? 

 

얘는....정말 못 됐어... 

 

흐흐흐흐...흐흐흐흐... 

 

우리는 그렇게 스스럼이 없어졌지만, 미야누나는 나와 정사(情事) 아니 씹이 끝나면 

 

반드시 자기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그렇게 대단한 비밀이 아닌지도 몰랐다. 

 

왜냐 하면 비밀이란 그것을 알아내고 싶어하는 어떤 사람들의 존재에 의하여 만들어지 

 

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비밀은 누구도 알아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야도, 주야도,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미야누나와 나의 방이 이층에 그렇게 나란히 붙어 있는 사실에도 별로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러나 그 무렵 결혼말이 나돌기 시작한 이 검사가 그런 사실을 모조리 알았다면 문제 

 

는 전혀 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비밀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전화사건 이후 나에게 깍듯이 사과를 했고, 그 뒤로는 미야누나를 찾아올 때마다 

 

나를 만나면 더 할 수없이 친절하게 대해 주었 

 

다. 

 

나는 그의 그러한 친절이 한편으론 우스웠고, 한편으론 고소했다. 

 

이 멍청아! 네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 목을 매다는 미야누나는 밤마다 내 밑에 깔려서 

 

신음을 토해내며 좋아서 죽는다. 이 바보야. 

 

하는 비웃음을 속으로 흘렸다. 

 

그는 거의 날마다 퇴근 할 무렵이면 자기 자가용차에 선물을 잔뜩 싣고 나타나곤 했다 

 

 

그 선물은 거의 모두가 미야누나 몫이었지만, 지야와 주야에게 주는 것도 있었고, 때 

 

로는 나에게 돌아오는 것도 있었다. 

 

나는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개의 선물은 선물을 고르는 사람의 세심한 정성이 엿보이는 그런 것이 아니 

 

라, 제 삼자를 시켜서 값만 비싸게 주고 사들인 

 

그런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미야누나는 그런 선물들을 조금도 반가와하지 않았다. 

 

결혼을 승낙한 지 불과 열흘도 안되어 미야누나의 마음이 자기한테서 완전히 떠나 있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전화를 걸어 미야누나 

 

와 한바탕 말다툼을 벌인 일도 있었다. 

 

이런 선물 다시는 들고 오지 마세요. 귀찮을 뿐이니까요. 

 

미야누나의 싸늘한 한 마디에 이 검사는 맨 마지막으로 들고 나타났던 선물꾸러미를 

 

표독스럽게 집어들고 한걸음에 돌아가 버렸던 것 

 

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전화로 다시 미야누나를 찾았다. 

 

그러나 미야누나는 그런 전화를 받을 겨를이 없었다. 

 

조그만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내가 대신 전화를 받아 미야누나가 외출하고 없다고 하자, 그는 버럭 화가 치밀어 뭐 

 

라고 투덜거리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 

 

미야누나는 쇼파에 기대앉아 정신없이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지야도 나란히 앉아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은 다음 미야누나 옆에 나란히 다가앉았다. 

 

정말 훌륭한 시야! 

 

지야가 감탄한듯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배달된 석간신문에 언제나 술만 마시고 있었던 바로 그 시인의 시가 게재되 

 

어 있었다. 

 

나는 무심코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맍은편 쇼파에 앉아 있던 미야누나가 갑자 

 

기 비명을 지르며 내 손에서 신문을 빼아사 버렸 

 

던 것이다. 

 

아니, 이게 정말일까? 

 

미야누나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쳤다. 

 

아니 뭐가 났길레 그래요? 

 

내가 다구쳐 물었다. 

 

지야도 뒤따라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그러자 미야누나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그 사람의 시가 나왔단 말야. 다시 시를 쓰게 되는 날, 자기는 새로 태어난다고 

 

그랬는데....... 

 

그제야 우리는 신문의 문화면 상단을 가로질러 길다랗게 나 있는 그의 시를 발견했다. 

 

<新世紀> 

 

라는 산뜻한 제목 옆으로 조금 아래에 이 아무개라는 그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그의 시는 서두(序頭)에 --가슴에 동트는 새로운 하늘아래-- 라고 시작되어 있는 생기 

 

에 넘치는 언어와 약동하는 이미지로 가득찬 작 

 

품이었다. 

 

마침내 미야누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눈물을 준비하고 있다가 마침내 그 시기가 돌아와 그렇게 눈물 

 

을 쏟아 버리는 것 같았다. 

 

정말 이 시는 위대한 걸작이야. 어떤 시가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키고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게까지 만들 수 있겠어요? 그렇찮아요? 

 

지야가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고 있는 미야누나를 건너 나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했다. 

 

그럼요. 괴테도 아마 그런 시는 못썻을 거에요. 

 

그러면서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야도 따라서 키들키들 웃었다. 

 

그제야 미야누나는 간신히 울음을 삼키더니, 눈물이 고인 시선으로 나와 지야를 잠시 

 

흘겨보았다. 

 

지야가 미야누나의 무릎 위에 놓인 신문을 집어들며, 

 

난 세 번이나 연달아 읽었는데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오는 걸 보니, 문학적 감각이 

 

아주 둔한 것 같아. 어디 다시 한 번 더 읽어 볼 

 

까. 이번엔 눈물이 나올는지.. 

 

하더니 소리내어 시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야누나는 지야를 곱게 흘겨보며 한 손으로 지야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러나 지야는 자리를 옮겨가며 계속 큰 소리로 읽어 나갔다. 

 

아니 너무 그렇게 큰 소리로 읽지 말아요. 나도 공연히 울음이 터지면 큰 일이에요. 

 

남자가 시를 읽고 울었다면 이건 정말 창피한 일 

 

이니까요. 

 

나의 말에 미야누나는 그만 피시시 웃고 말았다. 

 

이윽고 지야가 낭독을 끝내더니, 

 

아니 이번엔 울음이 아니라, 웃음이야, 

 

하고 짓궂게 미야누나를 노려보다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지야의 손에서 신문을 받아들고, 다시 그의 시를 들여다보았다. 

 

아무래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불고 열흘 전만 해도 그렇게 술이 취해, 다시는 술에서 헤어날 것 같지 않던 그가 이 

 

렇 훌륭한 시를 쓰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 

 

이었다. 

 

아니면 혹시 옛날에 써 두었던 걸 이제 와서 발표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렇게 

 

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날 미야누나와 함께 술집에서 만났을 때 미야누나로부터 누나의 죽음을 얘기 

 

듣고, 갑자기 허탈하게 웃어대던 그의 얼굴이 새 

 

삼 다른 의미를 지니고 눈 앞에 떠올랐다. 

 

그 후로 무슨 일인지 그는 술집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미야누나는 몇 번이나 그곳 

 

엘 다녀올 때마다 고개를 갸웃둥거렸던 것이다. 

 

순지의 죽음이 그에게 뭔가 커다란 충격을 준 것 같아. 

 

미야누나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때 갑자기 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러자 미야누나는 덮치듯 수화기를 집어들고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그러나 뒤이어 밝게 빛나던 미야누나의 표정은 맥이 풀리고 말았다. 

 

시인이 아닌가 하는 그런 기대로 미야누나는 급히 수화기를 집어들었던 것이다. 

 

아니, 왜 자꾸 그러세요? 

 

하고 미야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부쳤다. 

 

이제 모든것은 끝났어요. 다시는 전화를 걸 필요도 없어요......글쎄요. 어쨌든 귀찮 

 

아요. 

 

미야누나는 수화기를 탕 내려놓았다. 

 

저쪽은 아마 조금 전의 이검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온 것 같았다. 

 

미야누나는 다시 신문을 끌어당겨 잠자코 들여다 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무엇에 튕기듯 벌떡 일어났다. 

 

내가 이러구 있을 때가 아냐. 

 

미야누나는 문득 자기 옷차림을 내려다보더니 급히 욕실로 뛰어갔다. 

 

미야누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지야가 짓궂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검사냐, 시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더니 드디어 시인께서 다시 언니를 사로잡아 

 

갈 모양이예요.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렇게 반문하는 내 마음속에는 요즘 밤마다 품고 자는 미야누나를 빼앗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어 있었다. 

 

그럼요. 화를 잘 내는 검사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시인이 언니한텐 꿈 속의 왕자란 

 

말이예요. 

 

지야는 허리를 잡고 까르륵 거렸다. 

 

지야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야심이 꿈틀 거렸다. 

 

지야도 언니 못지않는 몸매인데!.....만약 미야누나가 그 시인과 결혼을 해 버린다면 

 

지야를.........그런데 저게 애인이 있는 것 같 

 

단 말이야....그러니 함부로 할 수도 없고.....주야 같이만 된다면...... 

 

하고 생각 하다가 주야의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한 후로 집에서 주야의 얼굴을 대하지 

 

못한 것이 생각이 났다. 

 

벌써 일주일여가 지났는데, 주야는 우리들(나와 미야누나)이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학 

 

교에 갔고, 오후에는 대학 입시를 준비 한다며 

 

제 방에 틀여박혀있어 도통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택시는 아파트의 입구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리자 미야누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순호야! 너 혼자 들어가 보고 와! 이층 이백 이호실이야. 우선 혼자 왔다고 말하고 

 

말이야. 

 

미야누나는 수줍은 듯이 미소를 깨물고 나의 등을 떠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아파트의 현관으로 들어갔다. 

 

이층으로 올라가자 그의 방은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나는 공연히 가슴이 두근 거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벨을 눌렀다. 

 

이윽고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문을 열었다. 

 

오십이 넘어 보이는 여자가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이선생님 계십니까? 

 

이렇게 묻자 여자는 잠시 나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디서 왔소? 

 

네, 심부름으로 이선생님을 잠깐 만나뵜으면 하고요. 

 

들어와요. 

 

여자는 뒤로 물러나며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지켜보았다. 

 

내가 들어서자 여자는 한 손으로 열려진 방을 가리켰다. 

 

열려진 방 안으로 들어서자 방 한쪽으로 놓여 있는 침대 위에 얼굴이 핼쓱하고 두 눈 

 

이 유난히 커 보이는 삼십대의 남자가 부시시 몸 

 

을 일으키더니. 

 

아니, 젊은 친구 여기까지 웬 일이지? 

 

하고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반겼다. 

 

그제야 나는 그 사람이 바로 그 시인임을 알았다.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렇게 말끔하게 이발을 하고 술에 취해 있지 않는 그를 나는 처음 봤던 것이다. 

 

그는 어디 몸이 불편한 것처럼 조그만 소리로 

 

저리 좀 앉지, 

 

하고 책상앞의 의자를 권했다. 

 

책상 옆의 커다란 책장 속에는 책들이 무질서하게 잔뜩 쌓여 있었고, 열어 둔 창 밖에 

 

서 오월의 훈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미야누나가 저더러 가보라고 해서..... 

 

내가 이렇게 서두를 꺼낸 다음 

 

신문에 난 그 시를 모두 보았어요, 

 

하고는 입을 다물자 그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우며 나를 지켜보더니 

 

순지를 아주 많이 닮았어. 

 

하고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떨군 채 나직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순지가 죽었다니.....나보다는 오래 살 줄 알았는데......앓고 있다는 얘기는 듣고 

 

한 번 가보지도 못하고.....자네가 날 용서하게. 

 

나는 갑자기 전신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떨리는듯 나즉하게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나의 심장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미야누나를 따라 여기에 오면서도 나는 나에게서 미야누나를 빼앗기는 것 같아 은근히 

 

적개심이 들었던 것이다. 

 

어제 밤에도 내 품속에 안겨서 헐떡이며 더 힘차게 박아달라고 재촉하는 미야누나의 

 

목소리가 차 안에 같이 타고 있을 때에도 내 귓전 

 

에 생생하게 살아났던 것이다. 

 

아하학! 순호야!..아~~휴!...더..더..박아..더..응?..나 미치겠어... 

 

어헉!..누..나!..아..아.ㄹ..았어..으윽!.윽!윽!... 

 

퍽!퍽!퍽!..퍼퍽퍽퍽퍽!... 

 

뿌직뿌직!..찔꺼덕..뿌지직!.. 

 

아흐~~~~윽!..아학!..아..아아..아..나...나... 

 

어허헉!어헉!누나..나 와..나..보지에 싼다..으으으... 

 

아휴~~~우...아윽!아윽!..수..ㄴ..호...야..싸..내 보지에..싸..으으윽!..으윽!..윽! 

 

.읔읔읔.. 

 

으으~~~~윽! 어...허~~~~억!... 

 

내가 순간적으로 어제 저녁의 상념에 젖어 들었는데, 귓전에 말 소리가 들렸다. 

 

순지하고 미야, 그 두 여자를 합하면 더 이상의 여자는 찾을 수 없는 이상적이 여자 

 

가 될 거라고, 나는 혼자 생각하곤 했었지. 그런 

 

데 순지가 없으니, 이젠 틀린 셈이야. 

 

나는 그의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무척 부드러운 사람 같았다. 

 

훈훈한 인격이 저절로 상대방을 포근히 감싸 주는 듯한 그런 분위기를 지닌 사람 같아 

 

보였다. 

 

나는 은근히 가졌던 적개심이 사라지고 없었다. 

 

술에 빠져 미친 듯이 껄껄거리기도 하다가 때로는 체면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던 그 

 

가 도대체 어떻게 하여 딴 사람이 되었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미야가 밖에 와 있지? 자네가 나가서 함께 들어오도록 하지. 

 

그 소리에 나는 그만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어느새 그것을 환히 알고 있었다. 

 

내가 술에 취해 있지 않더라고만 얘기하면 들어올 꺼야. 

 

나는 웃음을 참으며 밖으로 나왔다. 

 

나는 마치 도깨비한테 홀린 기분이었다. 

 

그런 시간에도 명동의 그 술집 구석자리엔 여전히 그 사람이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을 것 같았다. 

 

미야누나와 순지누나, 그 두 여자를 합하면 더 이상의 여자는 찾을 수 없는 이상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하던 그의 말이 다시 야릇한 

 

그림자를 던지며나의 머리속에 박혀 왔다. 

 

그것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랐다. 

 

순지누나의 차분히 가라앉은 섬세한 감각과 미야누나의 생기발랄한 성격을 합친다면 

 

이상적인 여자가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러한 시인의 이상이 어쩌면 두 여자를 한꺼번에 차지하고 싶었던 탐욕 어린 

 

야심의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던 것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순지누나는 죽음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었고, 미야누나마저 자기를 잃어 버 

 

려가는 절망 속에까지 굴러떨어지게 됐는지도 모 

 

를 일이었다. 

 

나는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면서 지금의 내 마음을 살펴 보았다. 

 

미야누나의 농익은 육체를 품으면서도 풋풋한 덜 익은 과일 같은 주야의 몸이 생각 나 

 

기도 했고, 아직 겉 옷 위로 드러난 몸매 밖에 

 

보지못한 지야의 몸매를 상상속에서 벗기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남자의 마음이란 오십보 백보차이일 뿐인 모양이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미야누나는 저만큼 담 밑에서 등을 돌린 채 저물어가는 서녘하 

 

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제야 미야누나는 돌아서며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 어떻게 됐니? 만나 봤니? 

 

어떻게 돼구 뭐구, 누나 어서 들어오래요. 

 

아니, 왜 네가 먼저 얘기했니? 

 

얘기 하긴요? 귀신처럼 환히 알고 있던데요. 자기가 술에 취해 있지 않더라고만 얘기 

 

하면 누나가 금방 들어올 거라고, 미리 설명까지 

 

했어요. 

 

미야누나는 잠시 키들키들 웃더니 소녀처럼 두 볼이 발그래지며 이렇게 물었다. 

 

그래 술은 전혀 안 했어? 

 

그럼요. 이발까지 깨끗이 하고, 누나를 기다리고 있던데요. 나는 도무지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아요. 

 

그래? 

 

미야누나는 나의 소매를 잡고 걸음을 옮기며 전에 없이 생기에 넘치는 얼굴이었다. 

 

난 여기서 기다리지요. 누나 혼자 들어갔다 와요. 

 

내가 걸음을 멈추자 미야누나는 

 

무슨 소릴 하는 거니? 같이 가! 

 

하고 나를 잡아끌었다. 

 

그래두 그렇잖아요. 누나 혼자 들어가 봐요. 그래야 무슨 얘기든 진짜 얘기가 나올 

 

것 아녜요? 

 

아니, 진짜 얘기라니? 그럼 네가 함께 간다면 가짜얘기뿐이란 말이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사람도 누나도 내가 보기엔 단 둘이서 만났으면 하고 은근히 바 

 

라고 있단 말이예요. 그게 얼굴에 적혀 있어요. 

 

어머! 그럼 내 얼굴에도 그런 게 적혀 있단 말이니? 

 

그래요. 그러니 어서 들어가 봐요. 난 괜찮아요. 

 

나는 미야누나를 아파트 현관으로 떠밀었다. 

 

그제야 미야누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수줍게 미소를 깨물고 

 

그럼 잠깐만 기다려! 내 곧 나올게... 

 

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미야누나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느닷없이 가슴 한쪽에서 쓸쓸한 찬바람이 불어닥 

 

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우울하진 않았다. 

 

미야누나가 이검사라든가 정사장과 그렇게 단둘이 만나고 있었던 그 시간을 의식할 때 

 

처럼 야릇한 질투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었다. 

 

나는 단지 미야누나와 시인을 위해서 힘이 되어 주고 싶을 뿐이었다. 

 

나는 참으로 오랫만에 백지처럼 하얗게 밝아지는 내 자신의 마음을 보았다. 

 

그런 마음 속에 문득 주야가 떠올랐다. 

 

나는 그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미야누나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돌아와 버린 것이 어쩐지 재미 있었다. 

 

그러나 집 안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주야아씨는 이층에 있을 거예요. 

 

하고는 공연히 키들키들 웃었다. 

 

나는 멋적어 하면서 이층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내가 다시 거실로 돌아와 탁자위의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하고 말 하기가 무섭게 상대편에서 반가운 욕설이 들려왔다. 

 

야! 김순호 이 나쁜놈아! 오랫만이다.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너, 상태냐? 

 

그래, 네 형님 장상태다...하하하하...그래 잘 지내냐? 

 

이런 염병할....그래 이 형님의 근황이 궁금해서 전화했냐? 

 

크크크크...너 아주 호강 하고 있다며?...늘씬한 미인들 속에서.....큭큭큭... 

 

이..이런...개자식, 너는....아주 여자.......담그고 있다면서.... 

 

나는 말을 하다 아차하고 중간에 말을 끊었다. 

 

장상태, 나하고 피 터지게 싸우고 친구가 된 놈이었다. 

 

그래, 어떻게 나 여기 있는 줄 알았냐? 

 

응! 오랫만에 어머니 가게에 갔더니 네놈이 없어서 집안이 허전하다고 하시더라. 그 

 

래서 물었더니 이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시더라. 

 

그랬구나, 그래 하는 일은 잘 돼냐? 

 

응, 뭐 그저 그렇다. 요즈음 짭새들이 너무나 설쳐서....아! 나중에 한번 만나자, 지 

 

금 똘마니들이 왔다. 

 

그래, 알았다. 

 

전화를 끊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내 방의 방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주야는 이제 막 내 방의 청소를 끝냈는지 걸래로 책상 다리를 문 

 

지르고 있었ㄷ다. 

 

나는 우뚝 멈추고 말았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 

 

주야의 알뜰한 정성이 가슴을 찌르며 다가왔다. 

 

그러나 주야는 내가 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창문 곁으로 다가가 유리창을 닦기 시작했 

 

다. 

 

창 넘어 서쪽하늘엔 저녁노을이 붉게 타고 있었다. 

 

그 노을을 배경으로 유리창을 닦고 있는 주야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왔다. 

 

나는 문득 그 그림 앞에 가슴이 떨려왔다. 

 

이윽고 나는 그 그림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주야는 콧노래로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창문을 돌려 닦느라고 고개를 돌리다가 그만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마! 깜짝이야 언제 오셨어요? 

 

하고 나를 반겼다. 

 

나는 주야를 와락 끌어당겨 포옹을 하면서 입술을 빨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놀라던 주야도 손에 들고 있던 걸레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나의 목을 감아오 

 

며 내 혀를 감아오기 시작하였다. 

 

주야도 지난번 나와의 키스 경험으로 이제는 제법 내 혀를 빨아 당기기도 하였다. 

 

쭈웁! 쭙...쭈쭙!쭙! 

 

한 동안 나는 주야의 입술과 혀를 마구 빨아 대었다. 

 

으읍!..읍!...으음!..읍!..하~아...오..오빠.. 

 

내가 주야의 입을 막고 키스을 하는 바람에 숨 쉬기가 거북한 주야는 나중에는 나의 

 

가슴팍을 떠 밀며 떨어졌다. 

 

오빠! 숨 막혀 죽을 뻔 했잖아? 

 

하며 나를 보고 눈을 곱게 흘겼다. 

 

내가 다시 주야를 포옹하려 하자 주야는 내게 말했다. 

 

오빠, 아직 청소가 다 끝나지 않았어... 

 

뭐가....다 끝났잖아? 이리와 오빠와 다시 한번 키스하자. 

 

오빠는..... 

 

하더니 내가 끌어 당기자 내 품에 살며시 안겼다. 

 

주야를 안고 보니 또 다시 늑대의 욕망이 치밀어 올랐다. 

 

모두들 남자는 늑대라 하지 않았던가? 

 

미야누나를 품고 잘 때에는 주야의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는데, 오늘 미야누나와 시인 

 

의 만남을 보고 내 마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고 온 후에 내 품에 주야를 안고 보니 아랫도리의 중심이 무럭 

 

무럭 커졌다. 

 

지난번 주야 처녀를 가진후에 다짐한 마음도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느냐 하는 마음이었 

 

다. 

 

내가 다시 주야의 입술에 키스을 하면서 내 손은 어느새 주야 앞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봉긋한 주야의 유방을 내가 옷 위로 만지자 주야의 입에서도 야릇한 신음이 흘러 나왔 

 

다. 

 

아으~~~~음...으~~~음... 

 

옷을 들추고 손을 밀어넣자 주야는 한겹의 옷 속에 브래지어로 아담한 유방을 가리고 

 

있었다. 

 

내 손이 브래지어를 위로 밀어 올리자 

 

오..오빠! 자..잠깐만...응? 

 

하더니 내 품속에서 벗어나더니 활짝 열려진 창문을 닫고 창문에 쳐진 커텐을 드리워 

 

창문을 가렸다. 

 

그러더니 방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내가 붙잡고 안으로 끌어 들이며 방문 

 

을 닫아 잠궜다. 

 

오빠는...나 청소 하러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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