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손님

만취한 손님

시베리아 0 372

난 야행성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과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택시운전하고.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 지금 새벽 3시이지만 낮에 충분히 잠을 자둬나서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지루하고 심심했다.


역시 지구상에서는 밤보다 낮에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가 보다. 그 점을 보며 나도 낮 시간을 노려볼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낮에는 교통이 잘 막히고, 시끄러워서 싫다. 그래서 계속 밤에만 일하는 거지.


물론 수입은 짜다.


“오늘 손님은 없으려나?”


나의 밥벌이 도구, 자가용 택시를 몰고, 유흥업소나 24시 전문 가게를 돌아다닌 지 고작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태울 손님이 있을까 하고 나름대로 기대하며 택시를 몰았는데, 결과는 영 실망이다. 모두들 아직 더 놀 거리가 있는지 거리를 질주하는 나의 택시를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아, 정말인지 너무하네. 집에 돌아갈 사람 없는 거야?”


진짜로 낮 시간에 일해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간 궁핍한 생활에 푹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 푸념을 하며 장소를 옮긴지 여러 차례.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손을 흔드는 손님 한 분이 보였다.


“앗싸리! 손님이다!!”


저 손은 분명히 이 택시를 타기 위해서 흔드는 것! 나는 그 기대에 힘껏 보답하고자 시원하게 택시를 몰며 손님 앞에 정지시켰다. 그러자 반가운 효과음.


달칵-


내 옆의 문이 열리며 여자 한 명이 얼굴을 들어 내밀었다. 예쁘진 않지만 이목구비가 시원하기 때문에 그다지 못생기진 않은 여자였다.


‘후후, 오늘 첫 손님이 여자라니…. 꽤 멀리 있는 곳에 불렀으면 좋겠구먼.’


장거리 운행에 나름대로 기대를 하며 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여자는 나의 애마(?)에 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내 얼굴을 빤히 주시하는 게 아닌가?


난 저도 모르게 나의 턱을 쓰다듬었다.


‘훗, 이 몸의 미모에 넋이 나간거냐?’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여자 쪽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여기에서 맛있는 갈비집이 어디에요?”


“…….”


시, 시방! 지금 내 인내심을 시험하려고 하는 게냐?


기대감에 잔뜩 좋아했던 택시기사를 붙잡고 하는 말이 갈비집이 어디에요?라니!!


나는 분노했다.


“즐이나 쳐드셈!”


유치하게 보일 법한 멘트 한 번 날려주고,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여자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그녀의 면상을 잡아 뒤로 민 다음, 문을 닫고 재빨리 도망쳤다.


백미러를 보니 갈갈이 날뛰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며 난 신나게 킨(KIN)~이라고 외쳤다.


“택시기사를 우습게보지 말라고!!”


그래! 그런 질문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찾아보란 말이다!


하여간 요즘 여자들은 개념이 부족해. 저런 몇몇 여자들 때문에 죄도 없는 여자들이 무식하다고 욕먹는 거다. 저런 여자는 내 쪽에서부터 거절이다.


아무튼 그렇게 몇 분 동안 손님을 안태운 채, 계속 질주했다. 다리를 건너고, 도시를 빠져나와도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옆구리가 산악인 도로를 질주하며 디지털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이제 슬슬 아침 해가 뜰 시간인 것이다.


‘벌써 이렇게나….’


이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는 날은 이번이 22번째다. 정말 장하구나, 나여!


‘응? 저건?’


그렇게 내가 혼자서 자화자찬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보였다. 택시 몰던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그 사람을 훑어보니 그 사람은 이 추운 날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였다.


난 그 여자를 보며 감탄했다.


“이야~ 저런 자세에도 잘만 자는구나!”


여자는 가드레일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잘못하다간 뒤로 넘어져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그 위태한 자세를 그 여자가 지금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에구, 그런데 춥지 않으려나?”


여자는 짧은 치마도 모자라 상당히 얇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


지금은 11월 중수. 그것도 막 아침이 되려는 시간. 한참 겨울바람이 불 때에 저런 옷을 입고도 잠만 잘 자는 꼴을 보니 난 속으로 ‘저 여자는 분명히 기인일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인은 기인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저런 불쌍한 꼴을 보았으니 냉정하게 지나갈 수 없었다.


왜냐!


‘사실 난 다정한 놈이거든.’


실제로 내가 한 여린 성격 좀 한다. 그래서 불쌍한 사람을 보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참 여리다. 이것은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진지함이 넘치는 양모모 씨가 말해준 것이니 확실하다.


물론 싸가지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냉정하지만.


‘크으! 내가 생각했어도 정말 닭살 돋네.’


한쪽 팔뚝을 문지르며 난 그 여자 앞에 차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그 여자에게 외쳤다.


“이봐요! 괜찮아요?”


“…….”


꾸벅꾸벅-


제, 젠장! 씹혔다!


“이봐요, 아가씨! 괜찮냐구요!”


“…….”


묵묵답답.


창문을 연 덕분에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서 추웠지만 난 그것을 무시했다.


“아씨! 이 여자가 정말! 선의를 베풀려고 모처럼 마음을 먹었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냐?”


“…….”


그래도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에 화가 난 나는 벌떡 바깥으로 나오며 그 여자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여자가 나의 질문에 왜 대답이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욱! 도대체 얼마나 퍼마신 거야!”


여자의 몸에는 술 냄새가 잔뜩 풍겼다. 그리 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이러니 내가 외쳐도 대답할 수가 없었지.


“완전히 죽으려고 작정했구먼.”


그래도 나의 여린 성격은 이 여자를 구원하라!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에 충실히 따르자고 생각한 나는 일단 여자를 깨울 생각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며 흔들었다. 


그러자 여자는 깨어나는 대신에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푹 꼬꾸라지며 쓰러졌다.


당황한 난 얼른 그녀의 겨드랑이에 두 팔을 넣으며 그녈 껴안았다.


“…….”


“…….”


이게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지? 내가 왜 술 냄새 펄펄 나는 이 여자를 껴안고 있을까?


허어, 그것이 알고 싶네.


“에라 모르겠다.”


여자의 몸을 전신으로 느낄 새도 없었다. 왜냐하면 여자의 몸은 죽은 시체처럼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겨울바람에 오래 노출되어서 그런가? 내가 직접 시체를 본 적이 없지만 여자의 몸은 냉동실에 얼려있는 참치처럼 매우 차가웠다.


택시 뒷자석 문을 연 나는 여인을 고이 눕히고 나도 택시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히터 출력을 최대한으로 올렸다.


후우우웅-


뜨거운 바람이 솔솔 풍긴다. 그리고 차 내부 안에 온기가 생겨났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나는 여자를 살필 요량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뭐야.”


짧은 치마 덕분인지 여자의 미끈한 다리가 눈에 잘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내 시선을 잡고 있는 것은 그녀의 다리가 아니라, 그녀의 보지가 있는 부분이었다.


‘패, 팬티가 없잖아!’


눕힐 때 잘못 눕혔는지 치마가 위쪽으로 걷혀진 여자는 팬티를 아예 입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보지와 안쪽 허벅지 사이에 우윳빛 액체를 묻히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난 상황을 짐작했다.


“당했구나!”


이런 만취한 여자를 강간하고 버리다니! 제법 간이 큰 놈이로세!


어디에서 사는 녀석인지 낯짝 좀 보고 싶었다.


“에구, 불쌍한 사람 같으니. 이런 추운 날씨에 쓸쓸히 얼마나 힘들었을까?”


비록 몇 시간이겠지만 이 여자에겐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발견했다는 것! 이걸로 사람 목숨 하나 구할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다.’


나의 시선은 여자의 보지로 계속 향했다. 아직 총각인 나로선 여자의 상태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여자를 계속 쳐다보는 것일지도….


‘일단 넓고 따뜻한 곳으로 가야겠어.’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억지로 고개를 앞으로 돌리며 택시를 운행시켰다. 그리고 몇 분 후, 제법 쾌적하게 보일 법한 여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난 뒷자석에 눕힌 여자를 업고는 그 여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여관 주인의 시선을 무시한 채, 방 하나를 잡아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침구를 깔고, 그 위로 여자를 눕히며 목까지 이불을 덮혀주고 나서야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정말이지 몇 시간이 흘러간 것 같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니 아침 해가 보였다. 난 여자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커튼을 치고는 방 한쪽 구석에 앉았다.


‘이젠 어쩌지?’


일단 여관으로 데려왔긴 했는데…슬슬 나도 자야할 시간이다. 초저녁부터 지금까지 운전을 해왔으니 나도 피곤했다.


‘방 하나 더 잡을까?’


그런 생각을 하여 잠 좀 자볼까,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돈이 너무 없는 관계로 그 생각은 구겨버렸다. 그렇다고 택시에 자자니 연료값 장난 아니게 나올 것 같고…. 또 삭신이 쑤신데 앉아서 자고 싶지 않았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자포자기! 긴장이 풀려서 매우 피곤했고, 방 하나 더 빌릴 여건이 부족하다. 그런 관계로 이 방에서 자기로 했다.


‘뭐, 죽이진 않겠지.’


나중에 깨어날 여자가 날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난 현실주의자라서 지금은 지금이고, 나중은 나중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기에 여자와 한 방을 쓴다는 전제는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이상한 짓 하지 않을 건데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그럼….”


방 한 가운데에 눕힌 여자를 옆으로 밀고는 그 자리를 내가 차지했다. 아직도 여자의 몸은 차가웠는지 그녀가 있었던 자리에 싸늘함이 느껴졌다.


그때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여자가 갑작스레 반응을 보였다. 몸을 뒤적거리더니 내 쪽으로 몸을 돌린 것이다.


‘헉! 이 지지배, 뭐야?!’


따뜻한 방에 눕게 되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감히 이 몸의 얼굴을 가슴까지 끌어당기는 것을 보면….


아니, 그것보다는 내 안면을 압박하는 이 두 개의 봉우리는 도대체….


‘최소한 D컵 정도 되겠군.’


여자는 글래머였다. 그것도 보통 글래머가 아니라 탄력이 넘쳐흐르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글래머였다.


‘숨 쉴 수가 없네. 끄응!’


하지만 글래머는 글래머고, 지금은 지금이다! 안 그래도 잠자려던 나는 이 여인의 황당한 잠버릇에 얼른 벗어나고자 힘쓰기 시작했다. 바닥에 손바닥을 고정시켜 여인의 가슴과 내 목을 둘린 그녀의 양팔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꽈악



…호오, 힘에는 힘으로 대항하겠다는 거냐?


난 팔에 힘을 줄뿐더러 다리까지 동원해 날 붙잡으려는 여인의 잠버릇에 화가 나는 것을 느끼며 다시 힘을 냈다. 하지만 자세가 불편한 관계로 나의 힘은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했다.


“끄응! 허리 아파.”


불편한 자세에서 힘 좀 쓰다 보니 허리나 골반 쪽이 당겼다.


장시간의 운전으로 인해 피곤했던 몸이다. 그런 몸에 갑작스레 힘을 주었으니 무리가 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뺐다.


꽈악


여자가 우악스런 힘으로 내 목을 더욱 졸랐다. 그에 더해 나의 얼굴도 여자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도대체가…어디서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던 거냐. 난 숨 막히는 꼴을 면하고자 고개를 위로 들며 공기를 확보했다.


“후우, 후우.”


숨을 몇 차례 내쉬자 여자의 얼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아까 전에는 상황이 제법 급박하다 보니 자세히 보진 않았으나, 키스할 정도의 거리까지 얼굴을 맞대니 이제야 여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다.


‘흠, 대략 20대 중반인 것 같군.’


여자는 아름다웠다. 나에게 ‘갈비집이 어디에요?’라고 물은 골빈 여자보다 더욱 예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컷트 머리칼에 연분홍색의 입술, 그리고 보조개가 앙증맞은 것이 매우 귀여웠다. 또한 이마는 얼마나 반듯한지…. 


아래로 축 쳐진 눈꺼풀은 다소곳했고, 그 아래에는 수술한 건지 의심되는 오똑한 코가 날을 세운 채 시원하게 뻗어있었다.


‘아니, 그럼 이런 미인을 강간하고 버렸던 말이야?’


나에겐 진짜 예쁘게 보이는 여자였다. 그래서 더더욱 이 여자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쳇, 차 안에서 자야겠구먼.’


결국 차 안에서 자기로 결심을 내린 나. 뭐, 등받이를 뒤로 넘기면 어떻게든 될 것 같으니 상관없다. 지금 나의 관심은 온통 이 여자의 안위이니까. 그러니 내가 자리를 피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한 손을 옆으로 보내 나의 목을 두른 여인의 팔을 치웠다. 하지만 워낙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여인의 팔을 치우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그래도 난 근성 있는 녀석이 아닌가! 어깨를 활짝 펴 공간을 확보한 다음, 여자의 어깨를 밀어 얼굴을 쏙 뺐다.


아, 진작에 기술로 빠져나올 걸! 괜히 사내랍시고, 힘쓰다가 오히려 지쳐버렸으니 내 꼴을 친구 녀석들이 보면 분명히 비웃을 것이다.


아무튼 여자의 가슴에서 해방되자 이번엔 다리다. 그녀의 다리는 현재 나의 허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이것은 팔을 풀 때보다 더욱 쉬웠다. 그냥 다리를 손으로 집어내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자가 눈을 뜨려는 듯 눈꺼풀을 움직이며 ‘끄응’하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가 일어나기 전, 재빨리 택시로 가려던 나에게 있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왜 지금 깨어나려고 하는 건데!’


다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움직였다. 그리고 그 행동으로 인해 바닥을 지탱하던 발이 삐끗하며 미끄러졌다.


‘어, 어?’하는 새도 없이 난 다시 바닥에 쓰러졌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간 손이 그만 여인의 가슴을 잡아챘다.


뭉클


“…….”


“…….”


나나 여자의 입에서 아무런 말이 나오진 않았다. 여자의 가슴을 잡은 후에 여자는 눈을 완전히 떠서 날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난 지금 상황에 매우 난감하여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다시 여자의 팔이 움직였다. 그것을 보며 ‘뺨을 후려칠 생각이구나!’라고 생각한 난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움츠렸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내 쪽이 불리하니까.


그런데 이게 웬 일? 여자는 뺨을 후려치기 위해 팔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내 목을 다시 칭칭 두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응? 엥?”


난 엉뚱한 비명을 지르며 다시 한 번 여자의 가슴에 파묻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에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그때 여자의 목소리라고 추정되는 미음美音이 들려왔다.


“…고마워요.”


“…….”


뭐가 고맙다는 건지? 바깥에서 졸고 있던 자신을 여기까지 옮겨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인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여자는 다시 잠들었는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귓가에 고른 숨소리를 들어보니 진짜 잠든 모양이다.


‘그건 좋긴 한데 이것 좀 어떻게 했으면….’


난 아직도 여자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또한 나의 분신 녀석이 있는 하반신에는 여자의 보지가 있는 부분에 맞대어져 있었다.


허둥지둥 일어서던 도중에 미끄러져 여인의 정면으로 떨어졌으니 이런 자세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이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정말인지 난감할 따름이다.




‘그래도…내 분신 녀석, 매우 커졌는데….’




가슴을 만졌을 때 이미 나의 분신은 매우 흥분하며 벌떡 일어선 상태였다. 나의 경험이 미천하다보니 이런 별 거 아닌 걸로 금세 뜨거워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분신 녀석이 분명히 여자의 보지에 껄떡대고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두꺼운 옷을 싫어하는 나여서 겨울 내내 얇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여자의 보지에 분신 녀석을 잘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그와 반대로 나도 여자의 보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미, 미치겠네.’


나의 이성은 점차 사라졌다. 속으론 이러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음욕으로 의기 충전되는 이 욕망을 막을 수 없었다.


주물럭주물럭


나의 손은 나의 의지를 배반한 채 여자의 가슴을 주물렀다. 탄력감이 가득 찬 감촉이 손바닥과 손가락을 통해 느껴졌다.


그런데도 여자는 아무런 저항을 내보이지 않았다. 몸을 허락한다는 건지, 아니면 깊이 자서 모르는 것인지 의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나의 몸은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있었다. 이성은 그녀를 위해 떨어지려고 하지만 몸은 그와 반대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주물럭주물럭


가슴을 주물렀다. 그리고 유두를 꼬집고, 비틀었다.


곧 유두가 딱딱하게 굳어지며 한층 커졌다.


그런데도 여자는 저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숨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아까 전과 다를 바 없는 고른 숨소리다.


그제야 난 그녀의 상태를 짐작했다. 지금의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고.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절대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아까 전에는 불안한 마음 상태와 위험을 고하던 몸 때문에 깊이 잠들 수 없어서 내가 가슴을 잡았을 때 눈을 떴지만 지금은 아니다. 몸은 이제 안전하며, 마음 상태가 안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 예로 아까 전 이 여자가 나에게 고맙다, 라고 인사하며 잠들지 않았던가?


그러니 즉, 모든 긴장이 풀리자 그와 비례하여 여자의 숙면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말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의 손은 어느새 가슴을 만진 것도 부족해서 여자의 보지 부분을 쓰다듬고 있었다. 비록 여자의 몸이 이불로 가려져 보지를 볼 수 없었지만 나의 손가락은 그 육감이라는 것으로 여자의 보지를 잘도 찾아내 애무하고 있었다.


“흡!”


분신 녀석이 불끈거리며 더욱 솟구쳤다. 입고 있는 팬티를 찢고 뚫고 나올 기세다. 하지만 나의 욕망은 더욱 더 즐기고 싶어 했다. 


애무를 해서 여자가 흥분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쾌락에 찌든 여자를 정복하여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렇게 이성, 욕망, 몸. 이 세 가지가 혼돈을 이루며 여자의 전신을 더럽히기 시작했다.


할짝할짝


어떻게 여자의 두 팔에서 빠져나왔는지 모르겠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걷는 것처럼 나의 몸은 아무래도 잔뜩 긴장하고 흥분하여서 여자의 두 팔을 간단하게 풀어낸 것 같았다.


뭐, 그런 것은 상관없다. 이미 난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의 치마를 위로 올린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야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여자의 보지에 혀를 내밀며 핥기 시작했니까 말이다.


혀에서 보지털과 짭짜르한 맛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며 여인의 보지를 혀로 핥았다.


“흐응….”


여자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들으며 ‘혹시 깨어난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여자는 깨어난 것이 아니라 육체가 절로 반응하여 낸 목소리였다.


아무튼 그렇게 여자의 보지를 혀로 공략했다. 클리토리스라 불리는 공알을 혀끝으로 굴려 자극시켰고, 보지 속에는 손가락 몇 개를 쑤셔 넣어 피스톤 왕복 운동을 했다.


그런데도 여자는 깨어나지 않았다. 육체만이 간간이 반응하여 신음소리를 낼 뿐이지, 그녀는 결코 저항의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지이익


지퍼를 내려 잔뜩 상기된 분신 녀석을 꺼냈다. 그리고 손으로 그것을 잡아 여자의 보지에 갖다 댄 후, 위아래로 움직였다.


상하운동을 하는 나의 자지로 보지털과 보지의 주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그렇게 조준을 완료하자 나의 허리는 화살처럼 빠르게 여인의 사타구니와 부딪혔다.


퍽퍽


“아으….”


여자의 몸이 흔들렸다. 당연히 그녀의 가슴도 흔들렸다. 더불어 달뜬 신음소리도 나왔다.


나의 허리가 여자의 사타구니와 부딪힐 때마다 그녀의 몸은 격동적으로 흔들리며 내 욕망에 불을 지폈다.


퍽퍽


여자의 보지에 흘러나오는 액체는 나의 정액인 것인가, 여자의 질액인 것인가? 아니면 새벽 내내 이 여자를 범하던 정체불명의 사내 것인가?


질퍽질퍽


처음 여자의 보지는 매우 뻑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느슨해졌고, 종국엔 끈적끈적해지며 기분 좋은 압박감을 형성했다.


난 여자의 두 다리를 어깨 위로 올리고는 다시 한 번 피스톤 왕복 운동을 했다. 그리고 한 손은 바닥을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피스톤 운동에 격동적으로 흔들리는 여자의 가슴을 주물렀다.


그런데도 여자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 더불어 저항도 없었다.


“헉, 헉.”


질퍽질퍽


질퍽한 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엉덩이와 나의 불알주머니가 서로 충돌하며 싸한 아픔을 자아냈고, 분신 녀석은 활활 뜨겁게 타오르며 여자의 보지 속을 유린했다.


“헉, 헉.”


지금 여자의 보지 속은 부드러웠다. 마치 고급 비단을 감싸고 하는 것처럼 여자의 보지 속은 아무런 저항감이 없었다.


허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흐읏!!”


꿀럭꿀럭


첫 번째 절정이다. 처음 여자를 안아본 나의 몸이었기에 이런 짧은 시간에도 만족을 했는지 많은 양의 좆물이 여자의 보지 속으로 내뿜어졌다.


하지만 나의 욕망은 첫 번째 절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금 허리를 움직이며 욕망을 분출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퍽퍽


꿀럭꿀럭


좆물을 계속 내뿜으면서 피스톤 운동을 하는 나의 허리. 나는 자지가 불에 댄 뜨거움에 더욱 빨리 피스톤 운동을 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몇 번의 절정이 오고 갔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여자는 저항의 몸짓을 해보이지 않았으며, 깨어나지 않았다.


꿀럭꿀럭


“헉, 헉.”


히, 힘들다!


여자가 동조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나의 욕망은 매우 만족했는지 아무런 불만이 없어보였다.


그 증거로 여자의 보지와 보지털, 엉덩이,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이불에는 우윳빛 액체가 거하게 묻어 있었다.


“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욕망이 채워지고, 몸이 차가워지자 갑자기 이성이 되돌아왔다.


그에 난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이 여자에게 한 것은 거의 윤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여자를 보았을 때 그녀가 강간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여자에게 상처가 되는 짓을 하다니. 정말 나란 인간은 최악의 인간이다!


하지만 배는 이미 출발한 후였다.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다.


난 나만 만족했던 정사의 장면을 지우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아직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관 주인에게 마른 수건과 뜨거운 물을 받아서 여인의 보지는 물론, 이불에 묻어 있는 우윳빛 애액을 닦아냈다.


그때 여자의 보지를 닦을 때 잠시 음욕이 생겨났지만 이번에는 나의 이성이 강한 때였다. 당연히 난 그 음욕을 무시하고 여자의 보지를 깨끗하게 정리해주었다. 그렇게 다시 여자에게 이불을 잘 덮혀 주고는 모든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젠 어떻게 하지?’


조용히 앉아서 여자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어설픈 초심자의 광란의 시간을 보냈건만 여자의 얼굴은 평안했다.


여자는 분명히 나를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한 것이고.


그런데 난 그것을 밟아버렸다. 날 믿고 있는 여인을 덮친 것이다.


이 괴리감을 어디서 풀지? 속이 매우 답답했다.


“미치겄다. 왜 하필이면 이런 일이 일어나서….”


그렇다고 이 일을 무시할 순 없었다. 이런 지저분한 일을 어중간하게 끝낼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여자가 깨어나면 그때 다시 생각하자.”


그래. 지금은 지금이고, 나중은 나중이다. 현실주의자답게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자포자기라는 심정으로 여자 옆에 누웠다. 슬슬 나도 자야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가 몸을 내 쪽으로 돌리며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섹스를 하는 동안 추위를 느꼈는지 그녀의 몸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에 그녀가 더 이상 남 같지 않은 나는 조용히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제야 그녀가 안정을 되찾은 듯, 몸의 경련이 차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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